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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기] 제주 동문시장을 직접 걸으며 느낀, 섬의 일상과 사람들

news-info0818 2025. 10. 6. 19:19

제주를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은 푸른 바다와 감귤밭, 그리고 여유로운 풍경을 먼저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제주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런 이미지 속에서 이 섬을 상상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행을 거듭할수록, 한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겉으로 드러난 풍경보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을 먼저 걸어야 한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주 여행 일정 중 일부러 시간을 내어 동문시장을 찾았습니다.

동문시장은 화려한 자연 풍경이나 관광용 연출 대신, 제주 사람들이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여행자의 시선보다 생활인의 움직임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시장을 걷는 동안, 제주가 단순히 휴식의 섬이 아니라 수많은 일상으로 유지되는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바다와 카페에서 느낀 제주의 인상이 낭만에 가까웠다면, 동문시장에서 만난 제주는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동문시장을 직접 걸으며 보고, 듣고, 느낀 섬의 일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차분히 기록한 탐방기입니다. 관광지가 아닌 생활 공간으로서의 제주를 담아보고자 했습니다.

 

[전통시장 탐방기] 제주 동문시장을 직접 걸으며 느낀, 섬의 일상과 사람들

 

1. 시장 입구에서 느껴진 제주의 기운

제가 동문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감귤 상자들이었습니다. 주황빛 감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상인들의 목소리는 시장 전체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번 맛보고 가요”라는 말에서 제주 특유의 느긋함과 친근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시장 바닥에는 사람들이 오가며 남긴 흔적이 있었고, 그 흔적은 이곳이 여전히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입구 근처에서 잠시 발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감귤을 고르는 손길은 분주했지만 표정은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과 장바구니를 든 주민이 같은 공간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습니다. 저는 이 첫 장면만으로도 동문시장이 관광객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해온 생활의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동문시장

제가 시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느낀 점은 동문시장이 단순히 오래된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동문시장은 해방 직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들었지만, 그 역사는 설명이나 연표보다 풍경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오래된 간판과 새로 정비된 상점이 나란히 자리한 모습은 제주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 시장이 시간을 견뎌온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게 안쪽을 들여다보면 오래된 저울과 새로운 계산대가 함께 놓여 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장면에서 동문시장이 변화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곳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지 않았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3. 골목마다 다른 제주 이야기

제가 골목을 따라 이동하자 풍경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수산물 코너에서는 갈치와 옥돔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해산물에서 풍기는 냄새는 바다와 바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얼음 위에 놓인 생선들은 막 바다에서 올라온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대편 골목에서는 떡과 반찬을 파는 가게들이 조용히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대비가 동문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관광객의 시선과 주민의 일상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골목에서는 카메라를 든 사람이 보였고, 또 다른 골목에서는 가격을 꼼꼼히 묻는 주민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동문시장은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되지 않는, 여러 개의 제주가 공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4. 시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얼굴

제가 생선 가게 앞에서 잠시 멈춰 서자, 아주머니 상인은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아주머니는 아침에 바로 들어온 갈치라며 생선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저는 그 말에서 단순한 상품 설명보다, 하루를 시작한 사람의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생선을 다루는 손길에는 익숙함과 책임감이 함께 묻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상인은 요즘 관광객이 늘었다고 말하며, 그래도 시장이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었습니다. 저는 이 웃음이 이곳을 지탱하는 힘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장을 지키는 것은 건물이나 제도가 아니라, 결국 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문시장은 그런 얼굴들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5. 낮과 밤이 다른 동문시장

제가 동문시장에서 인상 깊게 느낀 점은 낮과 밤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주민들이 장을 보러 오가는 생활의 공간이었다면,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야시장이 열리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낮의 분주함과는 다른 종류의 활기가 골목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불빛이 켜진 골목에서는 흑돼지 꼬치와 전복 요리가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저는 전복버터구이를 직접 맛보며, 이 음식이 관광용 메뉴이면서도 제주 바다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의 동문시장은 낮보다 조금 더 시끄러웠지만, 그 속에서도 시장 특유의 질서는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6. 변화 속에서 고민하는 시장

제가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적으로 들은 주제는 변화였습니다. 관광객이 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었지만, 주민들의 발길은 줄어들었다는 말이었습니다. 물가 상승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동문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전통시장이 공통으로 마주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 변화 앞에서 멈춰 있지 않았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가격을 조정하고, 주민을 위한 판매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모습에서 동문시장이 단순히 관광 수요에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노력이야말로 이 시장을 생활 공간으로 유지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7. 시장을 나서며 남은 감정

제가 시장을 떠날 무렵, 손가방에서는 감귤 향이 은은하게 퍼졌습니다. 저는 그 향을 맡으며 이 시장에서 보낸 시간이 단순한 여행의 한 장면이 아니라, 제주의 삶을 잠시 가까이에서 들여다본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문시장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솔직한 공간이었습니다. 꾸며지지 않은 풍경과 자연스러운 소음이 오히려 이 시장을 더 믿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시장을 걸으며 마주한 장면들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상인들의 익숙한 손놀림과 반복되는 하루의 리듬은 이곳이 관광객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평범함이야말로 동문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느꼈습니다.

이곳에서는 제주의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숨 쉬고 있었습니다. 오래된 가게와 새로운 손님, 익숙한 일상과 낯선 변화가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균형이 동문시장을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시장을 살아 있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 동문시장은 제주의 진짜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장소라고 느껴졌습니다. 이곳에는 여행 안내서에 실리지 않는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쌓여 있었습니다. 신선한 해산물을 손질하는 손길과 감귤을 정리하는 상인들의 움직임,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 시장을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동문시장을 걸으며 제주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되는 곳이 아니라, 수많은 일상으로 이어져 온 삶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장에는 달콤한 감귤과 싱싱한 해산물뿐만 아니라,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빠르게 소비되는 관광지와 달리, 동문시장은 천천히 걸을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장소였습니다. 저는 이 시장을 통해 제주라는 지역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그 이해는 여행의 인상을 훨씬 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만약 제주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저는 해변과 카페만 둘러보는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동문시장을 천천히 걸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유명한 먹거리를 맛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골목을 따라 걷으며 사람들의 표정과 대화를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합니다. 가게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상인의 손놀림을 보고, 손에 쥔 감귤 봉지의 무게를 느끼는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동문시장은 사진으로 담기기보다는, 직접 걸으며 느껴야 의미가 전해지는 공간입니다. 저는 이 시장에서 보낸 시간이 여행의 한 장면이 아니라, 제주의 삶을 잠시 빌려온 경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동문시장은 제 기억 속에서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제주라는 섬을 이해하게 해준 하나의 기준점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