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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기] 제주 동문시장에서 만난 섬의 삶과 맛

news-info0818 2025. 10. 6. 19:19

제주 여행을 떠올리면 푸른 바다와 감귤밭이 먼저 생각납니다. 하지만 제주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바닷가 풍경이 아니라 시장을 먼저 걸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제주 동문시장은 섬의 생활과 정서를 가장 진하게 보여주는 곳입니다.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이 시장은 지금도 제주 사람들의 밥상과 삶을 지탱하고 있으며, 동시에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합니다.

 

저는 이번에 직접 동문시장을 찾아, 제주의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았습니다. 그 경험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제주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통시장 탐방기] 제주 동문시장에서 만난 섬의 삶과 맛

 

1. 동문시장의 역사

제주 동문시장은 1945년 해방 직후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입니다. 당시 제주시의 중심인 동문로 인근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름도 ‘동문시장’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제주의 대표 재래시장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형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 시장의 풍경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감귤 박스였습니다. 주황빛 감귤이 산처럼 쌓여 있고, 상인들은 “한 박스 사가요, 달고 맛있어요!”라며 손님을 반겼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등어, 갈치, 옥돔 같은 제주산 생선이 줄지어 있었고,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 진열된 풍경이 시장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3. 시장 사람들

생선을 팔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우리 갈치는 아침에 바로 잡아온 거라 싱싱해요. 공항 가기 전에 사서 택배로 보내는 손님도 많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은 “예전엔 주민들이 장 보러 오는 시장이었는데, 요즘은 관광객들이 절반 이상이에요. 그래도 손님이 많아 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상인들의 얼굴에는 힘겨움 속에서도 삶을 지켜가는 단단함이 배어 있었습니다.

 

4. 동문시장의 별미 – 야시장 이야기

동문시장은 낮 시장뿐 아니라 야시장으로도 유명합니다. 해가 지면 시장 한쪽에 불빛이 켜지고, 제주 흑돼지 꼬치, 해물 파전, 감귤 주스, 전복버터구이 같은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저도 전복버터구이를 맛봤는데, 쫄깃한 전복 위에 버터 향이 더해져 제주 바다를 한입에 담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시장 야시장은 관광객뿐 아니라 젊은 제주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저녁 나들이 장소였습니다.

 

5. 시장의 고민과 변화

동문시장은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그만큼 ‘관광시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져 주민들의 생활형 시장으로서 기능이 줄어들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상인들은 “관광객이 오니까 좋지만, 물가가 올라 주민들이 예전만큼 오지는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상인회에서는 가격 안정화와 주민 할인제를 도입하며, 전통시장의 본래 기능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6. 탐방 소감

저녁 무렵 시장을 떠나며, 감귤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손가방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제주 동문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섬사람들의 삶과 관광객들의 추억이 교차하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오래된 간판과 새로 생긴 카페, 노련한 상인과 청년 가게가 함께 공존하는 풍경은 제주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제주 동문시장은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신선한 해산물, 달콤한 감귤, 정겨운 상인들의 웃음소리까지. 이곳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제주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현장이자,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남기는 장소입니다. 만약 제주를 방문한다면, 해변이나 카페만 들르지 말고 동문시장을 꼭 걸어보길 권합니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제주의 진짜 얼굴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