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라는 도시는 지도만 보면 넓은 평야와 군사 구역이 먼저 떠오르지만, 제가 직접 파주시 곳곳을 걸으며 느낀 풍경은 그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다채로웠습니다. 파주의 공기는 계절이 조금만 바뀌어도 결이 완전히 달라졌고,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빛의 방향이 공간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제가 파주의 골목과 들판을 걸었던 날들에는 오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작게 떨리는 풀잎과, 오후에 천천히 데워지던 돌담의 온기가 아주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길가의 오래된 담장은 햇빛을 맞을 때마다 작은 색 변화를 만들어 냈고,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주변의 모든 소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 날을 걸어 보니 파주는 단순히 외곽 도시가 아니라, 시간과 계절에 따라 감정이 달라지는 도시라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