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중심부에는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전통시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탐방에서 많은 여행자가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바깥 풍경 대신, 도시 내부에 살아 있는 대구의 진짜 얼굴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문시장을 천천히 걸었고, 그 과정에서 이 도시가 쌓아온 시간의 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형 쇼핑몰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상인의 호흡, 손님을 부르는 목소리, 원단이 바람에 닿을 때 나는 미세한 소리까지 모두가 대구라는 도시를 이루는 또 다른 언어처럼 들렸습니다. 저는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곳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는 통로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래된 간판과 복잡한 골목 사이에 쌓인 냄새, 온기, 사람의 손길은 그 자체로 대구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