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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기]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세월의 향기

news-info0818 2025. 10. 4. 21:20

대구의 중심부에는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온 거대한 전통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서문시장입니다. 조선시대부터 시작된 이 시장은 섬유와 의류로 유명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직접 서문시장을 걸으며, 대형 쇼핑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세월의 흔적과 사람 냄새를 가득 담아왔습니다. 시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목소리, 길가에 펼쳐진 천 조각들의 향기,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대구라는 도시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전통시장 탐방기] 대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세월의 향기

 

1. 서문시장의 역사와 특징

서문시장은 1600년대 조선시대부터 형성된 시장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입니다. 특히 섬유 산업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직물과 원단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천의 도시 대구’라는 별명은 서문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대형 백화점이 즐비한 도심 속에서, 서문시장은 여전히 지역 상권의 중요한 뿌리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2. 시장 속 풍경 – 의류와 원단의 바다

시장의 골목에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건 다채로운 색의 원단들이었습니다. 실크, 면, 린넨, 겨울용 울 원단까지 없는 게 없었습니다. 상인들은 손님이 원단을 만져보도록 권했고, 일부는 직접 바느질을 해주는 맞춤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백화점보다 훨씬 저렴하게 맞출 수 있어요.”라는 상인의 말에서, 시장만의 실용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서문시장의 사람들

한복 원단 가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4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는 그는 “예전에는 혼수 준비하러 오는 신부들로 시장이 북적였어요. 요즘은 그런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찾는 사람들은 꼭 와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의 말 속에는 사라져가는 풍경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여전히 시장을 지키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4. 서문시장의 별미 – 먹거리 골목

서문시장에 왔다면 야시장과 먹거리 골목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장 골목 곳곳에서 만두, 칼국수, 국밥, 호떡 냄새가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저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맛봤는데, 뚝배기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걸쭉한 국물 맛이 하루 피로를 싹 풀어주는 듯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푸짐한 한 끼는 전통시장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5. 서문시장의 고민

하지만 시장은 화재, 경기 침체, 온라인 쇼핑 확산 등 여러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상인들은 “예전 같은 활기는 줄었지만, 그래도 시장은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는 공간이라 없어질 수 없어요.”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서문시장에서는 상인회와 지자체가 함께 다양한 문화행사와 야시장을 운영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6. 탐방을 마치며

저녁 무렵, 불빛이 켜진 시장을 떠나며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서문시장은 단순한 쇼핑의 공간이 아니라, 대구 사람들의 삶과 세월이 켜켜이 쌓인 이야기의 무대였습니다. 원단을 고르는 손길, 음식을 나누는 웃음, 그리고 오래된 간판까지. 모두가 한 장의 역사책처럼 다가왔습니다.

 

대구 서문시장은 우리나라 전통시장이 가진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세월의 무게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이죠. 대형 쇼핑몰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정겨움과 진심이 여전히 시장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대구를 방문한다면 꼭 서문시장을 찾아, 그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경험해 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