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동해 바다, 설악산, 그리고 중앙시장과 같은 대표 관광지일 것입니다. 저 역시 속초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바다를 보고 먹거리를 즐기는 도시’, 혹은 ‘설악산을 오르기 위한 거점 도시’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지도에서 바라본 속초시는 해안과 시내가 밀집된 구조였고, 그만큼 관광 동선 위주로 소비되는 도시처럼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속초 시내와 해안, 그리고 관광지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길들을 직접 걸으며 보낸 시간은 이런 인식을 천천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속초시는 관광과 생활이 분리된 도시가 아니라, 두 영역이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맞닿아 있었습니다. 어떤 골목은 시장과 바로 이어져 있었고, 또 어떤 해안은 유명한 해변에서 몇 걸음만 벗어났을 뿐인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차이를 직접 걸으며, 속초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의 밀도가 분명한 도시라는 점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속초의 대표 명소들 역시 중심 구간만 반복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시선을 조금 낮추거나 동선을 살짝 틀면 전혀 다른 공간과 공기가 이어졌고, 그 지점에서 속초의 일상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해변의 중심이나 시장의 핵심 구간이 아니라, 제가 직접 걸으며 발견한 속초시의 숨은 명소 다섯 곳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속초 여행 팁
속초시는 차량 이동이 편리한 도시이지만, 주요 관광지만 빠르게 이동할 경우 도시의 생활적인 면모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저는 일부러 숙소 근처나 익숙한 관광지 주변에서 머문 뒤, 도보로 이동 가능한 구간을 천천히 걸으며 속초를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도시의 인상이 훨씬 깊어졌습니다.
속초는 바다와 시장, 주거 지역이 비교적 가까이 붙어 있어, 걷는 동선에 따라 분위기가 빠르게 바뀝니다. 같은 해안이라도 시간대와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일정은 여유 있게 잡고 한 구간에 충분히 머무르는 것이 좋습니다.
도보가 가능한 구간에서는 일부러 해변 중심이나 메인 거리에서 벗어나 방파제 뒤편, 주거지 쪽 골목, 항구 인근의 낮은 길을 선택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속초의 숨은 공간들은 정비된 관광 구간보다, 생활과 바다가 맞닿아 있는 지점에 더 많이 분포해 있습니다.

1. 속초항 인근 비교적 조용한 방파제 뒤편 길
속초항은 늘 분주한 장소처럼 보이지만, 항구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비교적 조용하게 걸을 수 있는 길들이 이어집니다. 제가 걸어본 곳은 방파제 뒤편으로 이어지는 낮은 길로, 항구의 기능적인 풍경과 생활 공간이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는 구간이었습니다. 큰 도로에서 몇 걸음만 벗어나도 차량 소음은 줄어들었고, 대신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와 선박이 움직이는 소리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 길에는 관광객을 위한 안내 시설이나 상업적인 요소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천천히 걷다 보니 바다의 색과 빛이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오전에는 항구가 밝고 분주하게 보였다면, 오후로 갈수록 공간 전체가 차분하게 가라앉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방파제 길은 외부인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이미 속초 사람들의 일상 동선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낚시를 준비하는 사람, 잠시 바다를 바라보는 주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그 흐름 속에서 저 역시 큰 이질감 없이 걸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길은 속초가 가진 항구 도시의 생활적인 면모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공간이었습니다.
2. 영랑동 주택가와 바다가 맞닿은 골목
영랑동 일대는 비교적 조용한 주거 지역이지만, 바다와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지는 골목들이 인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걸어본 골목은 주택가 사이로 이어지다가 바다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열리는 길이었는데, 지도상으로는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골목이었습니다.
골목에는 낮은 주택들이 이어져 있었고, 집 앞에는 생활용품과 어업 관련 도구가 함께 놓여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제가 걷는 동안 마주친 주민들의 움직임은 급하지 않았고, 그 느린 리듬이 골목 전체의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골목에서는 특별한 풍경을 찾기보다, 공간 자체를 하나의 생활 장면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골목 안의 정적이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그 공기가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길을 걸으며 속초가 바다를 바라보는 도시가 아니라,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도시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속초 중앙시장 뒤편 생활 골목
속초 중앙시장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이지만, 제가 더 인상 깊게 느낀 곳은 시장의 중심이 아니라 뒤편으로 이어진 생활 골목이었습니다. 메인 통로를 벗어나자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고, 상업적인 활기 대신 일상의 흐름이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골목에는 작은 식당과 오래된 점포들이 밀집해 있었고, 대부분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흔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간판은 바래 있었고 외벽에는 세월의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공간의 안정감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제가 천천히 걷는 동안, 가게 앞을 정리하는 손길이나 잠시 문 앞에 앉아 쉬고 있는 주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군가는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의 일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모든 장면이 꾸며지지 않은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골목은 속초의 일상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공간 중 하나였습니다.
4. 영랑호 외곽 비교적 한적한 산책 구간
영랑호는 속초를 대표하는 장소 중 하나지만, 대부분의 방문객은 호수 중심이나 정비된 산책로에 머뭅니다. 제가 걸어본 곳은 영랑호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비교적 조용한 외곽 산책 구간이었습니다.
이 구간은 관광 시설이 거의 없었고, 호수와 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물결은 크지 않았고, 바람이 불 때마다 수면 위에 잔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호수 주변의 나무와 풀은 과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점이 오히려 공간을 더 편안하게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이 길은 사진을 찍기 위한 장소라기보다, 걷는 행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걷고 있었고, 누군가는 한 자리에 서서 물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서로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속초가 자연을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머무는 도시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간이었습니다.
5. 설악산 입구 인근 비교적 조용한 접근로와 마을 길
설악산은 속초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장소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케이블카나 주요 탐방로만을 이용합니다. 제가 인상 깊게 걸어본 곳은 설악산 입구 인근의 비교적 조용한 접근로와, 그 주변으로 이어진 작은 마을 길이었습니다.
관광객의 동선에서 조금만 벗어나자 공간의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포장도로와 흙길이 섞여 이어졌고, 그 자연스러운 연결이 공간을 더 편안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숲의 냄새와 바다에서 올라온 공기가 번갈아 느껴졌고, 그 변화가 인위적이지 않았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관광지 특유의 분주함을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대신 속초 특유의 여백과 고요함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 저는 이 길을 걸으며 설악산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주변 생활 공간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영역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유명한 장소의 ‘중심’이 아닌 ‘주변’을 걷는 경험은 속초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속초시를 천천히 걸으며 느낀 점은, 이 도시가 단순히 관광 명소의 집합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바다와 산, 시장과 항구 너머에 사람들의 생활과 시간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고, 그 결이 생각보다 섬세하게 느껴졌습니다. 각각의 공간은 고유한 리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리듬들은 서로를 방해하지 않은 채 나란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걸었던 길들은 대부분 잘 알려진 장소의 중심이 아니라, 그 주변이나 뒤편에 가까운 공간들이었습니다. 방파제 뒤편, 주택가 골목, 시장 뒤편, 호수 외곽, 그리고 설악산 인근의 조용한 길까지, 이 공간들은 공통적으로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 여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여백 덕분에 저는 속초를 ‘관광지’가 아닌 ‘사는 공간’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속초에서의 시간은 무엇을 많이 보느냐보다, 어디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 장소에 머물며 주변을 바라보는 동안, 공간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조금씩 드러냅니다. 바다를 잠깐 보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싶을 때 속초시는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도시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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