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상록구는 많은 이들에게 ‘안산의 조용한 주거지역’ 정도로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차례 상록구를 천천히 걸어보면서, 이 지역이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결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꼈습니다. 오래된 골목에서 풍기는 생활의 냄새, 산책길에서 바람이 남기는 잔향, 그리고 일상 한가운데에서 느껴지는 묘한 여유가 상록구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상록구의 여러 공간을 걷는 동안 이곳이 단순한 생활 중심지를 넘어선 ‘작은 도시의 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걸어보며 경험한 상록구의 숨은 명소 다섯 곳을 소개하려 합니다.

1. 본오2동 공영주차장 뒤편 생활 골목
제가 상록구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은 본오2동 공영주차장 뒤편으로 이어지는 생활 골목이었습니다. 이 골목은 대단지 아파트 사이에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지만, 천천히 걸어보면 골목만의 고유한 공기가 느껴집니다. 오래된 2층 주택들이 양옆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햇빛이 지붕 사이로 비스듬하게 떨어지며 골목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습니다. 전봇대 아래에는 오래된 의자가 놓여 있었고, 그 옆의 작은 화분에서는 주민이 손수 가꾼 듯한 장미가 힘차게 피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고 지나는 소리가 은근하게 울려 퍼졌고, 어느 집에서는 점심 준비를 하는 냄새가 골목을 채웠습니다. 저는 이 골목을 걸으며 상록구의 일상이 얼마나 조용하고 따뜻한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2. 안산올림픽기념관 옆 메타세쿼이아 산책길
사동에 위치한 안산올림픽기념관 옆 산책길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조용한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을 걸을 때마다 메타세쿼이아가 만들어내는 곧은 선들이 주는 독특한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나무가 바람을 받아 잔잔하게 흔들릴 때마다 잎 사이로 부드러운 소리가 울렸고, 산책길 바닥에는 빛과 그림자가 일정한 패턴을 이루며 길을 덮고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오후 햇빛이 나무 사이로 깊게 스며들어 공기가 은근하게 따뜻해졌습니다. 벤치에 잠시 앉아 주변을 바라보니, 기념관을 지나 산책을 즐기는 어르신들과 책을 들고 산책길을 걷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길은 도시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고요한 숨구멍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3. 부곡시장 뒤편 작은 상가 골목
부곡동 부곡시장은 평소에도 사람이 많지만, 저는 시장 뒤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상가 골목에서 더 큰 정겨움을 느꼈습니다. 골목은 매우 좁고, 오래된 가게들이 양옆으로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다른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빵 냄새가 은근하게 퍼지는 오래된 제과점, 유리창 너머로 재봉틀 소리가 들리는 수선집,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말라가는 채소들이 골목의 생활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가게 주인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지나갔고, 저도 그 틈에서 이 골목이 지닌 포근한 분위기를 몸으로 느꼈습니다. 화려함은 없지만 오래된 동네만이 주는 생활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4. 월피근린공원 소나무 전망길
월피동에 위치한 월피근린공원은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지만, 저는 특히 소나무 전망길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이 전망길은 공원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상대적으로 한적했고, 소나무가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부드러운 솔향이 공기 전체에 퍼졌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바람이 적당히 불어왔고, 소나무 사이로 햇빛이 틈틈이 떨어져 길이 리듬감 있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길 중간에 설치된 작은 벤치에 잠시 앉아 아래쪽 주거단지를 내려다보니, 도시의 풍경이 멀리 펼쳐져 있으면서도 소나무의 존재감 덕분에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조용한 산책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5. 해양동 방죽저수지 둘레길
상록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해양동 방죽저수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자연 공간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을 걸으며 저수지가 가진 고유의 분위기를 깊게 느꼈습니다. 물 위에서는 바람의 흐름에 맞춰 잔잔한 물결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고, 저수지를 감싸는 길 양옆으로는 야생화가 낮은 키로 자라며 작은 색감을 더하고 있었습니다. 산책길을 걷다가 나무 그늘 아래에 놓인 벤치에 앉아 물을 바라보니, 도심의 빠른 속도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작은 새 한 마리가 고요하게 움직이며 저수지의 심리적 깊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곳은 꾸밈 없이 담백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상록구의 숨은 명소였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본 안산시 상록구는 단순한 주거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본오동 골목에서는 오래된 생활의 결이 드러났고, 사동 산책길에서는 자연이 만든 조용한 리듬을 느꼈습니다. 부곡동 골목에서는 사람들의 따뜻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었고, 월피근린공원에서는 자연과 도시가 균형 있게 맞물린 장면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해양동 방죽저수지에서는 상록구가 품고 있는 자연의 깊은 고요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상록구는 화려한 관광지는 없지만, 그 대신 천천히 걸을수록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특별한 정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록구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런 숨은 공간들을 직접 걸으며 그 속에 담긴 여유를 경험해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따뜻한 순간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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